동화작가 이솝은 말했다. “저는 어린아이들과 장난치며 지친 일상에서 힘을 얻는 때가 많아요.”라고. 하지만 다 큰 어른들은 이솝을 보고 할 일 없이 어린아이들과 논다며 핀잔을 주었다. 이솝은 갑자기 현악기의 활을 느슨하게 풀어 핀잔을 주던 사람들 앞에 놓았다. 그리곤 “나는 지금 느슨해진 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줄을 계속 팽팽하게 매어 놓으면 활은 부러지고 맙니다. 그러면 연주를 해야 할 때 제대로 된 음을 낼 수 없게 되겠지요! 필요한 때에 훌륭한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꼭 악기의 활을 느슨하게 해두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쉬지 못해 악기를 부러뜨리는 진짜 바보가 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쉼 없이 달리거나 속도를 내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적당한 휴식은 꼭 필요하다.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힐링여행을 추천한다.
‘오션월드’ 하면 누구나 여름을 떠올릴 것이다. ‘실외에서 즐기는 물놀이!’ 생각만해도 시원하고 짜릿하다. 하지만 겨울철이나 다소 쌀쌀한 봄에도 오션월드의 묘미는 있다. 지긋이 나이 든 어르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푹 몸을 고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 오션월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내존과 야외 노천탕이다. 많은 현대인이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 속에 이끌려 앞만 보고 달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절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안고만 갈 줄 알았지, 해소시키는 방법을 몰랐을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오션월드 패키지’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웬 횡재?’라는 생각을 했었다. 바쁜 일정이 마음에 걸려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나 자신이 너무 지쳐있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며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렸는지, 문득 든 회의감에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자 오션월드로 떠나기로 했다.
서울과 춘천간 고속도로 개통 덕분에 오션월드는 금방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오션월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실내존, 익스트림존, 다이나믹존, 파도풀존 등 규모를 모두 합치면 족히 축구장 14배 넓이 정도는 돼 보였다. 오션월드 내부로 입장하니 몇몇 가족과 연인, 외국인 친구들이 눈에 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역시 주중여행의 즐거움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파도풀장의 인공파도는 철썩거리고, 어디로든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곳곳을 넘나들며 헤엄치고, 아이들만 즐길 수 있다는 워터플렉스 슬라이드는 물론 바디 슬라이드, 튜브 슬라이드 등을 타며 복잡한 일상을 잊어갔다.
실내존에서 한바탕 놀고 난 뒤, 오션월드 외부로 나가면 알록달록한 색들의 이벤트 탕이 우릴 기다린다. 유자탕, 와인탕, 석류탕, 히노끼탕의 효능을 보면 말 그대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나만의 이벤트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동굴 안에 있는 듯한 유자탕에 몸을 담갔다. 그리 진하지 않은 유자향이 온몸 가득 퍼진다. 38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있으니 그간 쌓였던 피로가 싹 씻기는 듯하다. 유자탕은 피로회복은 물론 식욕촉진, 감기예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적당히 내리쬐는 햇볕에 싱그러운 봄바람까지 불어오니 절로 눈이 감긴다. 이곳이야말로 천국인 것일까? 맞은편에서는 히노끼탕을 즐길 수 있다. 히노끼는 일본에서 유명한 나무의 한 종류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편백나무라고도 한다. 이와 10가지 한약재를 가마솥에서 우려 온천욕을 하면 몸 안의 나쁜 독소를 배출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면역력도 높여준다. 기분 탓일까? 약재 냄새가 나는 히노끼탕에 몇 분만 있어도 건강해질 것만 같았다. 그 외 피부수렴과 진정효과가 있는 자줏빛의 맛깔스러운 와인탕과 석류탕도 즐길 수 있었다.
찜질복 대여요금(2천원)만 계산하면 노천탕에서 다 못푼 스트레스를 찜질방존에서 모두 해소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불가마, 황토방, 숯방, 자수정방, 냉방, 닥터피쉬 가라루파 등 다양한 휴식시설을 즐길 수 있다.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내심 으슬으슬 추위에 떨었던 몸을 녹이고자 전통불가마에 들어가기로 했다. 소나무 장작을 사용한 전통불가마는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스로 열을 발생하게 하며 몸을 덥혀 땀을 배출한다. 또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미용과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숨이 막힐 듯한 뜨거운 열기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65~70도의 적당한 온도 숯방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숯방은 아토피성 피부염과 암 치료에 도움을 주며 노화방지, 고혈압, 신경통, 당뇨, 간질환,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은은한 불빛과 뜨끈한 방에 살짝 잠이 든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에게 아무런 방해 받지 않고 집에서 자는 것마냥 오랜만에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푹 자고 일어나 출출해진 배를 부여잡고 스낵코너를 어슬렁거렸다. 찜질방의 묘미는 단연 구운계란과 시원한 식혜를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메뉴는 쳐다보지도 않고 구운계란과 식혜를 주문했다. 그리고 딴짓하느라 방심하고 있는 친구의 머리에 구운 계란을 힘껏 내리쳤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간 계란을 보고, 친구는 아픈 듯 머리를 어루만졌다. 이에 질세라 친구도 나의 머리에 계란을 갖다 댔다. ‘그까짓 것!’ 하면서 머리를 들이댔으나 생각보다 아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마주하는 것 또한 얼마만인지, 별일 아님에도 까르르 웃고 넘어갔다. 곧 구운 계란과 식혜는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출출하던 찰나에 먹어서 그런지 정말 꿀맛이었다.
언젠가 카페에서 닥터피쉬 체험을 해보자며 친구에게 졸랐던 기억이 난다. 찜질방 내부에서는 5,000원만 내면 피부 미남 미녀가 될 수 있다. 닥터피쉬 가라루파는 주로 온천지역에 살면서 아토피, 건선, 피부염 등 피부염이 있는 환자의 각질을 먹으며 Dithranol이라는 효소를 분비한다. 이는 피부질환 연고 성분 중 하나이다. 또한, 부딪힘으로써 피부에 마사지 하는 효과를 준다고 해서 ‘닥터피쉬’라 한다. 가라루파가 있는 물속에 거침없이 두 다리를 담그는 친구를 보고 사실 경악했다. 떼로 몰려드는 가라루파의 모습에 지레 겁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정확히 다리를 담그고 30초가 지나고 난 뒤에야 적응되었다. 미끄덩거리면서 간지럽고, 한편으로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닥터피쉬 체험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20분이 금방 지나가고, 물속에서 꺼낸 두 다리는 매끈해졌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만족이었다.
메이플동 1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파크에비뉴는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인상 깊다. 와인병으로 파티션처럼 장식한 와인바도 독특하다. 내부를 구경하며 넋 놓고 있는 사이, 프랑스 Le cordonblue 해외유학파 출신의 주방장님 추천으로 안심 토마토 파스타와 고르곤졸라 치즈 피자를 먹기로 했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테이블에 애피타이저 빵과 음료, 얇은 피자 도우에 유자청과 고르곤졸라 치즈로 맛을 낸 피자, 매일매일 뽑는 생면으로 만든 안심토마토 파스타가 올랐다. 큰 도마(?) 위, 즉석에서 커팅해 먹는 피자는 매우 바삭하고 고소했으며, 육수에서 나온 진한 국물이 담백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안심토마토 파스타는 씹는 질감까지 더해져 매우 인상 깊었다. 디저트로 녹차를 마신 우리는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과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수다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션월드 패키지 마지막 코스! 메이플동 스위트룸은 온돌방과 침대방, 거실, 주방, 화장실 2개로 구성되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첫 느낌은 ‘둘이 쓰기에 굉장히 넓다’였다. 또 거실창이 매우 커서 낮이면 채광이 잘 들고, 밤이면 비발디파크 야경을 실내에서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푹신거리는 소파에 누우니 이대로 곯아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날 하루 신나게 놀았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푹 잠들어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 아늑한 분위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잠을 청했다. 한편, 메이플동 앞에는 파크골프라는 미니 골프장이 마련되어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오션월드에서의 하루는 ‘스트레스 완벽 해소’로 마무리되었다. 쉼과 여유, 즐거움까지 함께 만끽하고 싶다면 평일에 오션월드로 떠나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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