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변덕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던 삼월의 수요일 대명페스티발오케스트라의 올해 첫 공연이 열렸다. 미국이란 주제를 재치 있게 표현한 ‘AMERICANO’는 전체 공연을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였다. 20세기 미국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라 하니 그 첫 느낌이 생소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재즈틱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진 현대적인 느낌에 듣는 이로 하여금 미국 음악 특유의 매력에 흠뻑 빠졌을 무대였다.

클래식 전문해설가 오병권씨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시작한 공연의 첫 곡은 아론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타악기와 금관 연주자, 그리고 지휘자의 등장으로 열 네명의 앙상블과 웅장함이 돋보인 시작이었다. 범상치 않은 첫 곡에 이어 선보인 작품은 사뮤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현악기 위주의 특별한 작품답게 비장함과 애절함을 주는 선율로 서서히 무대가 물들기 시작했다. 절정의 순간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현악기들의 외침에 영화 ‘플래툰’의 장면을 떠올린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조용히 끝난 공기 사이로 묵직함과 고요함이 흐르는 속에 1부의 마지막 순서인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준비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한 장르로 발전한 재즈와 그 발전의 한 중심에 있는 거슈윈의 대표작이 특별한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김용배의 해석으로 빛을 발하였다. 강렬한 타건과 리드믹한 표현을 보여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 속에 화려하게 1부가 마무리 되었다.

2부 시작은 공연의 주제와도 같은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으로 시작하였다. 미국 음악의 자존심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 작곡가로서 미국의 음악을 꽃피운 그의 경쾌한 서곡은 이어질 뮤지컬 하이라이트에 대한 흥겨움을 더해주었다. 이어 방송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과 다수의 뮤지컬 작품에서 활동하며 뮤지컬계의 황태자로 불리우는 임태경의 등장에 관객의 함성이 더욱 고조되었다. 넬라 환타지아, 유 레이즈 미 업 등 여심뿐만 아니라 객석에 있던 청중의 마음을 훔친 진중한 목소리에 모두의 마음이 녹아 내린 순간이었다. 뒤를 이은 김자경 오페라단의 테마는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황태자의 목소리에 매혹된 청중들은 바리톤 정지철과 테너 이동명, 소프라노 임경애의 재치 있는 해설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들의 반짝이는 음악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자베르 경감으로 변한 바리톤 정지철의 ‘별들(레미제라블)’로 시작된 이들의 무대는 번스타인의 대표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투나잇’ 등으로 이어지며 ‘AMERICANO’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공연장에 오기 전 클래식 혹은 미국 작곡가 시리즈라 하여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도 보는 동안 만끽한 즐거움과 신선함에 새롭게 눈뜨지 않았을까. 오케스트라가 들려줄 다양한 스토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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